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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을 움직이는 관광 가이드북

  • 15시간 전
  • 5분 분량

HODGEPODGE CONCEPT STUDY 01

해외 트렌드로 다시 설계한 지역관광 콘텐츠


가상의 해안 지역 ‘해온’을 위한 가이드맵·모바일·현장 사인 디자인 시뮬레이션

기획 배경

여행자는 더 이상 가이드북을 처음부터 끝까지 읽지 않습니다. 발견하고, 선택하고, 이동하는 순간마다 필요한 정보만 꺼내 씁니다. 이번 스터디는 관광 가이드북을 ‘정보를 담는 책’에서 ‘여행을 움직이는 도구’로 다시 설계합니다.

이 글은 해외 관광 콘텐츠의 흐름을 바탕으로 하지파지가 자체 기획한 콘셉트 스터디입니다. 본문에 등장하는 ‘해온’은 기획 시뮬레이션을 위해 만든 가상의 지역이며, 특정 기관의 의뢰로 수행한 실제 프로젝트가 아닙니다.

관광 가이드북은 오랫동안 지역의 명소와 음식점, 숙박시설을 한 권에 모아 전달하는 역할을 해왔습니다. 그러나 여행자가 목적지를 발견하고, 일정을 계획하고, 현장에서 이동하고, 경험을 기록하는 방식은 이미 달라졌습니다.

이제 여행자는 한 권의 책을 처음부터 끝까지 읽으며 여행을 준비하지 않습니다. 검색과 영상으로 목적지를 발견하고, 지도에서 동선을 비교하며, 현장에서는 운영시간과 교통편을 다시 확인합니다. 여행이 끝난 뒤에는 사진과 장소를 저장하고 다른 사람에게 경험을 공유합니다.

그렇다면 오늘의 관광 가이드북은 정보를 담은 인쇄물에 머물러야 할까요? 아니면 여행 전·여행 중·여행 후를 연결하면서 실제 행동을 돕는 하나의 여행 도구가 될 수 있을까요?

하지파지는 이 질문에서 이번 콘셉트 스터디를 시작했습니다.



해외 관광 콘텐츠에서 발견한 변화

해외의 공식 관광 플랫폼을 살펴보면 관광홍보물의 역할이 ‘많이 알려주는 것’에서 ‘더 나은 선택을 돕는 것’으로 이동하고 있습니다.



1. 소개하는 콘텐츠에서 행동을 만드는 콘텐츠로

코펜하겐의 공식 관광기관은 여행자가 자전거와 대중교통을 이용하거나 쓰레기를 줍는 등 지역에 도움이 되는 행동을 하면 관광시설과 식음료 혜택을 제공하는 CopenPay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관광 콘텐츠가 지속가능성을 설명하는 데 그치지 않고, 실제 행동과 보상을 연결하는 장치가 된 것입니다.

코펜하겐의 관광 커뮤니케이션 전략 역시 계절적 분산, 지역적 분산, 지속가능한 행동을 주요 원칙으로 삼고 있습니다. 무엇을 보여줄 것인가뿐 아니라 방문자가 언제, 어디로, 어떻게 움직이게 할 것인가를 콘텐츠 전략에 포함한 사례입니다.



2. 한 번 읽는 안내서에서 실시간 여행 인터페이스로

파리관광청의 공식 앱은 관광 정보, 테마별 산책로, 실시간 행사, 인터랙티브 지도, 이동 정보와 예약 기능을 한곳에 모읍니다. 접근성 정보도 별도의 부가 설명이 아니라 이용자의 필요에 따라 장소와 경로를 찾는 필터로 제공합니다.

이러한 구조에서는 콘텐츠가 고정된 원고가 아닙니다. 장소 정보, 지도, 운영시간, 행사, 예약과 이동 데이터가 서로 연결된 하나의 서비스가 됩니다.



3. 정해진 추천에서 개인의 질문에 답하는 방식으로

뉴질랜드 관광청 공식 사이트는 여행자가 자연어로 여행에 관해 질문할 수 있는 AI 기능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유럽여행위원회에 따르면 여행 계획에 AI를 활용한 비율은 2025년 18%로 전년의 10%에서 증가했고, 특히 젊은 여행자에게서 활용이 빠르게 확산됐습니다.

앞으로 관광 콘텐츠는 동일한 목차를 모든 여행자에게 보여주는 방식보다, 축적된 정보를 여행자의 관심·시간·이동 조건에 맞게 다시 조합할 수 있어야 합니다.



4. 영감과 실제 이동의 간격을 줄이는 콘텐츠로

노르웨이 공식 관광 사이트는 국가 통합 교통계획 서비스인 Entur와 연결해 버스·철도·페리 등의 경로와 시간표를 확인하고 표를 구매할 수 있도록 안내합니다. 아름다운 장소를 소개한 다음, 여행자가 실제로 그곳에 도달하는 단계까지 연결하는 방식입니다.

일본정부관광국은 이동약자, 고령자, 어린이를 동반한 가족 등이 여행 전에 접근 가능한 교통·숙박·화장실·관광지 정보를 확인하고 경로를 계획할 수 있도록 관련 정보를 구조화하고 있습니다.

이 사례들의 공통점은 분명합니다.


좋은 관광 콘텐츠는 장소를 설명하는 데서 끝나지 않습니다. 여행자가 선택하고, 이동하고, 참여할 수 있게 만들어야 합니다.

기존 관광 가이드북에서 자주 발견되는 문제

지역 관광 가이드북에는 많은 정보가 들어가지만, 정보의 양이 여행의 편리함으로 바로 이어지지는 않습니다.


  • 행정 분류에 따라 관광지·음식점·숙박시설을 나열한다.

  • 모든 장소를 비슷한 비중으로 소개해 선택의 기준이 없다.

  • 사진과 감성 문구는 풍부하지만 실제 이동 정보가 부족하다.

  • 종이 지도와 모바일 정보가 서로 연결되지 않는다.

  • 운영시간이나 교통처럼 변하는 정보까지 인쇄물에 고정한다.

  • 이동약자, 어린이 동반 가족, 외국인 등 서로 다른 조건을 고려하지 않는다.

  • 발행 후 성과를 확인하거나 콘텐츠를 업데이트하기 어렵다.


문제는 인쇄물 자체가 아닙니다. 여행 전, 현장, 여행 후에 필요한 정보의 성격이 서로 다른데도 이를 한 권 안에 같은 방식으로 넣는 데 있습니다.

따라서 새로운 가이드북은 종이와 디지털 중 하나를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각각이 가장 잘하는 역할을 나누어야 합니다.



가상의 해안 지역 ‘해온’을 설정하다

이번 스터디를 위해 세 개의 작은 마을이 해안선을 따라 이어지는 가상의 지역 해온(HAEON)을 설정했습니다.

해온에는 오래된 포구, 해안 산책로, 작은 등대, 어업 작업장, 로컬 식당과 공방이 있습니다. 풍경은 아름답지만 방문객은 대표 전망대와 포구 주변에 집중되고, 마을 안쪽의 생활문화와 작은 상점은 잘 발견되지 않는 상황을 가정했습니다.

핵심 과제는 관광지를 더 많이 소개하는 것이 아닙니다.


방문자가 해안을 따라 천천히 이동하며 지역의 풍경과 생활을 발견하고, 소비와 체류가 여러 마을로 자연스럽게 이어지게 하려면 어떤 여행 도구가 필요할까?

주요 이용자는 대중교통으로 방문해 1박 2일 동안 걷기, 음식, 사진과 지역 이야기를 함께 경험하려는 개별 여행자로 설정했습니다.

콘셉트: 바다를 따라, 하루의 결을 모으다

해온 가이드의 핵심 아이디어는 여행자가 장소를 확인하는 데서 끝나지 않고, 해안을 걸으며 서로 다른 장면과 이야기를 ‘수집’하는 것입니다.

여행 동선은 세 가지 결로 나뉩니다.


  • 푸른 결: 등대, 해안길, 파도와 조망

  • 살아가는 결: 포구, 작업장, 시장과 주민의 이야기

  • 머무는 결: 작은 식당, 카페, 숙소와 해 질 무렵의 풍경


여행자는 자신의 시간과 관심에 따라 하나의 결을 선택하거나 세 가지를 연결해 이동합니다. 장소의 개수를 늘리는 대신, 왜 이 길을 걸어야 하는지 선택의 이유를 만드는 구조입니다.

하나의 홍보물이 아니라 다섯 개의 접점으로


여행 전 — 발견하고 선택하는 가이드

온라인 콘텐츠와 작은 가이드북은 해온의 전체 정보를 담지 않습니다. 세 가지 여행 테마와 계절별 풍경, 예상 소요 시간, 출발 지점을 보여주고 여행자가 자신의 방식을 선택하게 합니다.

관광지 이름보다 “두 시간 동안 바다를 가까이 걷는 길”, “비 오는 날에도 만날 수 있는 지역의 생활”, “해 질 무렵 작은 포구에 머무는 방법”처럼 여행자의 상황을 중심으로 설명합니다.


현장 — 펼치는 순간 동선이 보이는 지도

접이식 지도에는 변하지 않는 정보만 담습니다.

  • 길과 마을의 관계

  • 걷기 구간과 예상 소요 시간

  • 주요 교통 거점

  • 화장실·쉼터·경사·계단 등 접근 정보

  • 위급 상황에 필요한 기본 안내

운영시간, 행사와 교통 변동처럼 자주 바뀌는 정보는 QR을 통해 모바일 페이지에서 확인하도록 분리합니다.


장소 — 이야기를 수집하는 카드

세 마을의 주요 장소에는 작은 카드가 준비됩니다. 카드는 단순한 기념품이 아니라 그 장소에서 관찰할 것, 주민에게 들은 한 문장, 다음 장소로 이동하는 방법을 담습니다.

방문자는 카드를 모으며 여행의 흐름을 이해하고, 지역의 작은 가게와 공방도 자연스럽게 발견합니다. 카드마다 다른 풍경을 담되 하나의 디자인 체계를 유지해 여행 후에도 보관하고 싶은 기록물이 되도록 합니다.


모바일 — 지금 필요한 정보만 보여주는 화면

모바일 화면은 책의 축소판이 아닙니다. 현재 위치를 기준으로 다음 장소, 남은 이동 시간, 대중교통, 운영 여부와 접근성 정보를 보여줍니다.

여행자는 관심 장소를 저장하고, 길이 어렵거나 시간이 부족할 때 짧은 대체 경로를 선택할 수 있습니다. 지역은 운영시간과 행사 정보를 인쇄물 재발행 없이 갱신할 수 있습니다.


여행 후 — 경험이 다시 콘텐츠가 되는 기록

여행이 끝나면 방문자가 저장한 장소와 수집한 카드가 하나의 개인 여행 기록으로 정리됩니다. 방문자는 자신의 경로를 다시 보고 공유할 수 있으며, 지역은 어느 테마와 동선이 실제 선택으로 이어졌는지 확인할 수 있습니다.


디자인보다 먼저 필요한 콘텐츠 수집

이와 같은 관광 홍보 시스템을 만들기 위해서는 인터넷에 공개된 정보를 다시 정리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합니다. 실제 이용 상황을 기준으로 콘텐츠를 수집해야 합니다.


현장 조사

길을 직접 걸으며 소요 시간, 경사, 그늘, 쉼터, 조망 방향과 위험 구간을 기록합니다. 지도상의 거리뿐 아니라 여행자가 체감하는 난이도를 확인합니다.


지역 관계자 인터뷰

주민, 상인, 문화기획자와 현장 운영자에게 장소의 변화와 이용 방법을 듣습니다. 유명한 이야기보다 여행자가 현장에서 관찰할 수 있는 구체적인 장면을 찾습니다.


정보 구조화

장소마다 이름, 위치, 소개, 운영시간, 접근성, 계절, 체류시간, 추천 대상과 연계 장소를 같은 기준으로 정리합니다. 이렇게 구조화된 정보는 가이드북, 웹, 지도, SNS와 AI 안내에 반복 활용할 수 있습니다.


권리와 갱신 체계

사진, 원고와 인터뷰의 이용 범위를 기록하고, 운영시간처럼 바뀌는 정보에는 확인 주기와 담당자를 지정합니다. 관광 콘텐츠는 발행일에 끝나는 결과물이 아니라 관리가 필요한 자산이기 때문입니다.



하지파지가 제안하는 제작 프로세스

  1. 해외 관광 콘텐츠와 이용자 행동 변화 조사

  2. 지역 자원과 기존 홍보물 진단

  3. 여행자 유형과 실제 이용 상황 설정

  4. 현장 조사·인터뷰·사진·지도 데이터 수집

  5. 장소와 이야기를 재사용 가능한 콘텐츠로 구조화

  6. 가이드북·지도·카드·모바일 화면 디자인

  7. 현장 테스트와 정보 검수

  8. 인쇄·디지털 발행 및 운영 기준 마련

이 과정에서 디자인은 마지막에 보기 좋게 정리하는 단계가 아닙니다. 어떤 정보를 수집하고, 무엇을 덜어내며, 여행자가 어느 순간에 어떤 결정을 하게 만들 것인지 설계하는 과정 전체가 디자인입니다.



관광 가이드북의 다음 역할

인쇄물은 사라지지 않을 것입니다. 여행자가 손에 들고, 펼치고, 표시하고, 기억하는 물성은 여전히 특별한 경험을 만듭니다. 다만 모든 정보를 한 권에 고정하는 방식에서는 벗어날 필요가 있습니다.

종이는 지역의 큰 그림과 기억할 이야기를 담고, 모바일은 현재 위치와 변하는 정보를 제공합니다. 지도는 이동을 돕고, 카드는 지역의 작은 장소와 관계를 만듭니다. 여행 후의 기록은 다음 방문과 공유로 이어집니다.

가이드북이 이렇게 작동한다면 관광홍보물은 더 이상 배포 수량으로만 평가되는 결과물이 아닙니다.


지역의 이야기를 발견하게 하고, 여행자의 이동을 돕고, 더 나은 행동을 유도하며, 여행이 끝난 뒤에도 기억되는 경험의 도구가 됩니다.

하지파지는 관광홍보물을 만드는 데서 멈추지 않습니다. 지역이 가진 정보와 이야기를 여행자가 실제로 사용할 수 있는 콘텐츠 체계로 만들고, 기획부터 취재, 디자인과 발행까지 하나의 흐름으로 설계합니다.



참고한 해외 사례와 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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